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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IS의 아이들’…사각지대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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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5. 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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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최소 4만5000명 살고 있다. 이 아이들은 한 때 시리아와 이라크에 걸쳐 거의 영국 국토 크기에 달하는 넓은 지역을 점령하고 통치했던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배 하에서 태어났거나 영아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IS의 아이들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신분증명서를 갖지 못해 교육과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로부터 소외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구호단체들은 이 아이들을 방치할 경우 큰 사회 문제가 될 위험성이 있다며 이라크 정부가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물론 성인의 경우에도 복잡한 행정절차와 공공기관의 부패로 좀처럼 신분증명서를 받기 어려워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 5세 미만인 IS의 아이들은 공식적인 신분증명서가 없어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 1년여 전 IS에 대한 군사적 승리를 선언한 이라크 정부가 IS가 지배했을 당시 작성했던 공문서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신분증명서도 발급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 이 아이들은 신분증명서가 없어 학교에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신분증명서가 없는 아이들은 ‘IS와 연루됐다’는 사회적 오명까지 받게 되면서 변두리 인생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분증명서가 없는 것으로 집계된 아이들 4만5000명은 난민 지원 비영리단체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가 난민캠프에서 발견한 수일 뿐이다. 구호단체들은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집계되지 않은 아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분증명서 문제는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라크 북부 난민캠프에 거주하는 아부 무함마드 씨는 자신의 26세 아들 모한나드가 신분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2017년 국경검문소에서 체포돼 그 뒤로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씨는 국경검문소의 보안군이 모한나드가 신분증명서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자 IS 연루자라는 혐의를 씌워 데려갔다면서 가족들이 아들을 찾기 위해 여러 감옥을 샅샅히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는 일부 지역에서 지방정부가 관리하고 있던 주민등록 기록 다수가 전쟁 중 소멸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신분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부모의 출생 증명서와 결혼 증명서 사본을 제출하거나 아버지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 서류를 처리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이라크인들이 전쟁 중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중요한 문서들을 분실한 경우가 많다. 핵심적인 서류를 분실했을 경우엔 다른 서류에 대한 접근 권한 역시 제한되는 일이 많아 재발급도 쉽지만은 않다.

IS가 물러난 뒤 이라크 정부의 행정절차는 미로처럼 복잡해져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까지 소요되는 판국이다. 이라크인들은 미군과 손잡은 이라크 정부군이 IS 세력을 패퇴시킨 이후로 오히려 관료주의적 행정절차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잔혹하기 그지없던 IS 정권이 각종 공문서 발급에 있어서는 훨씬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은 이라크인들이 보기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라크 정부는 독일 업체와 협력해 스마트 신분증명서 체계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 IS 점령지였던 팔루자에 거주하는 한 학생은 새로운 스마트 신분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두 달이나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높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발급 인력 때문이라고 이해는 하고 있지만 발급 과정이 복잡하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지나치게 많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 과정을 순조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관청에서 일하는 가족 및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 뿐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공기관의 부패도 이라크가 직면한 또 하나의 과제인 셈이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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