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터키 ‘곳간에서 인심난다?’ 에르도안 인기 하락과 함께 난민 정책도 찬바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china.asiatoday.co.kr/kn/view.php?key=20190811010005885

글자크기

닫기

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8. 11. 14:43

Turkey Military <YONHAP NO-3711> (AP)
사진출처=/AP, 연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국에 수용했던 시리아 전쟁 난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이미 어려운 상황에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강경한 태도로 시리아 난민을 대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터키는 약 40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준비에 돌입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터키 정부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자국에 거주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을 그곳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르드족과 손을 잡고 있는 미국은 터키 정부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어떠한 일방적 군사작전도 허용할 수 없다며 경고하고 나섰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6일에는 앙카라 주재 외국 대사들에게 “시리아 난민들의 귀환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처럼 난민들에 강경하게 나서게 된 것은 터키의 국가 경제가 추락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도도 급전직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시리아 난민에 대한 터키 국민들의 정서 또한 그리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고향을 등진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했던 다른 나라들도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면서 서서히 난민들을 돌려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예컨대 레바논은 최근 몇 달 간 불법 건설 난민촌에 대한 철거를 명령했으며, 부모가 난민으로 등록되면 그 자녀들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던 기존 제도를 더이상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터키만큼 난민에 대한 정책 변화가 급격하게 변한 곳도 드물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난민들에게 주택과 의료·교육을 제공하는 등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터키 경제는 상당히 강건한 상태로 갑자기 유입된 값싼 노동력, 즉 시리아 난민을 농업 부문과 건설 부문 등에서 충분히 흡수할 여력이 있었다. 유럽연합(EU) 국가 대부분이 시리아 난민에 대한 문을 걸어 잠근 2016년에도 터키는 EU 국가들에게서 재정지원을 받는 대가로 시리아 난민을 유럽 대신 흡수했다. 이에 많은 시리아인들이 터키어를 배우고 각자 사업을 시작하는 등 터키에 정착, 지난 8년간 터키에서 43만4000명의 신생아를 출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터키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산업분야가 수축하고 지난 7월 인플레이션율은 17%에 달했다. 경제가 악화하자 시리아 난민을 대하는 터키인들의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터키인들은 치솟는 실업률과 높은 집값 등의 문제가 시리아 난민의 탓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터키 여론조사기관 콘다(Konda)가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에 대한 호감도는 2016년 2월 72%에서 올해 7월 40%로 떨어졌다.

난민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리아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스탄불 이키텔리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 무라트 만타르시(43)는 자신이 집권여당 정의개발당(AKP)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난민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 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휴대폰 번호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투표를 통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서 “내 생각엔 우리의 메시지를 대통령이 전달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