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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몰리는 한·러관계 돌파구 찾기 난망···러 차관 방한 계기 외교역량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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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4. 02. 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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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타스 연합뉴스
한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북·러 밀착 등을 두고 설전을 벌이며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지난 2일 방한한 시살이 알려지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러시아 고위 당국자의 공식 방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악화일로의 양국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러시아의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지만 경색된 양국 관계의 구조적 한계를 풀기엔 부족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루덴코 차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외교당국이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루덴코 차관은 방한 기간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정병원 차관보를 비롯해 김건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을 연달아 만났다. 루덴코 차관의 이번 방한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외교부는 "우리 측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러시아 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며 "러시아 내 우리 국민과 기업들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러시아 측의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루덴코 차관에게 "북·러 군사협력을 중단하고 유엔 결의상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루덴코 차관이 한국 외교 당국자와 잇따라 만난 시기는 러시아 외교당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은 비 이성적 국가' 발언에 '혐오스럽다'며 맞불을 놓으며 분란을 일으킨 시기와 겹친다. 러시아 외교부가 고위 인사를 비공개로 한국에 보내놓고 공개적으로는 한국 정상의 발언을 직격하는 비외교적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루덴코 차관의 외교부 인사 예방·면담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발언 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점상 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양국 공방을 수습하기 위해서가 아닌 양국 관계 관리 필요성에 대한 양국 의지 아래 일정 조율을 거듭하다가 성사된 방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양국은 루덴코 차관 방한을 지난해 9월말께 성사되도록 조율해 왔다.

이와함께 일각에서는 이번 루덴코 차관 방한이 북한에 고도 군사 기술을 제공한 사실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됐단 관측도 제기된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북·러 간 무기거래 관련 질문에는 "미국과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뻔뻔한 정책으로 한반도와 주변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를 역임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한국을 경제협력 파트너로 중시하고 있고, 남북 양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며 "한국이 더 이상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소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렇다 할 유착관계가 없었고, 한국 정부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배척할 수 만은 없을 것"이라며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치열하게 이해관계의 절충을 도모해야 하는 게 외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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