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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 ‘변호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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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민 기자

승인 : 2024. 05. 15. 18:00

22대 총선서 법조인 61명 당선
"묻지마 변호 이력 투명하게 공개
문제시 퇴출하는 법안 마련해야"
유독 법조인 출신 후보자가 많았던 4·10 총선 결과 역대 가장 많은 변호사가 배지를 달았지만, 여야가 상대 후보의 변호사 시절 '변호 이력'을 정쟁화하면서 '변호사의 직업윤리'가 22대 국회 화두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로 출마했던 조수진 변호사는 과거 다수의 성폭력 사건 피의자·피고인을 변호하는 등 '묻지마 변호 이력'이 논란이 돼 후보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가해자를 변호한 이력이 있는 이건태 변호사를 비롯한 30명이 넘는 변호사가 국회에 입성하면서 '묻지마 변호 전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 시 퇴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61명의 법조인 출신 후보가 당선했다. 이 중 변호사 출신이 32명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처럼 국회의원 중 변호사 출신이 많은 이유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변호사에 대한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니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은 갖췄을 것이며 법률 전문가이니만큼 국회의 핵심 기능인 입법 활동을 더 잘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당 공천과정에서부터 묻지마 변호 전력을 제대로 거르지 않는 것도 모자라 여야가 이를 정쟁화하면서 '변호사 직업윤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출직이라도 공직을 맡은 인물이라면 마땅히 검증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이념적 갈등만 키운다도 지적도 나온다. 양대 정당이 상반된 정치 성향의 변호사를 충원하면서 대립이 심화돼 왔다는 것이다. 여야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면서도 법조계의 이해관계가 달린 사안에는 하나가 되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도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법안은 지난 20여 년간 3번이나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를 반복해 왔다. 그렇다면 22대 국회에서는 묻지마 변호 전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시 퇴출하거나, 정치적 대립이나,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 정치가 말라가는 이유로 정치권에 변호사 등 법조인이 많아졌기 때문이 꼽힌다. 패거리 정치를 만들고 여야 공히 고소·고발이 난무하게 된 것"이라며 "여야 각 지도부가 고소·고발 선봉대에 앞장서서 법치를 하향시키는 것을 최대한 억제시켜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변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이익집단을 대변했을 뿐, 법률적인 전문지식으로 법을 제정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보이진 않았다"며 "묻지마 변호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 시 퇴출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등 정치에 도덕적 잣대를 대는 것 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주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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