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아투포커스] 올해 상반기 ‘흉악범죄 예고글’ 23명 검거…공중협박죄 신설 급물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china.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07010003763

글자크기

닫기

반영윤 기자

승인 : 2024. 11. 07. 15:54

경찰, 올 상반기 흉악범죄예고글 작성자 23명 검거해
재판에 넘겨진 관련 글 작성자들 솜방망이 처벌 지적
국회, 불특정 다수 대상 위협 처벌 '공중협박죄' 논의
clip20241107151049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인분당선 야탑역에 경찰특공대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9월 23일 오후 6시에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연합뉴스
# 지난해 9월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채팅창에 살인을 암시하는 글을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6)는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서울에 사는 국회의원과 잘 사는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남겼지만 재판부는 "협박은 피해자나 친족 또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3자가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해악을 고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직후 살인 예고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B씨(30)는 항소심에서 협박·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닷새 뒤 '신림역에 흉기를 들고 서 있다. 이제부터 사람 죽인다'는 내용의 글을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온라인에 흉악 범죄를 예고하는 글을 올리며 시민을 불안에 빠뜨린 이들이 재판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흉악 범죄 예고 글이 야기하는 사회적 혼란과 불안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위협 행위 처벌 조항 신설을 최근 논의하기 시작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상반기 온라인에 흉악 범죄를 예고하는 글을 작성한 23명을 검거했다. 이 중 3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지난해 중순 '묻지마 흉기난동' 속에서 살인 예고 글이 무차별적으로 온라인에 올라오자 형법상 협박·살인예비·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적용 가능한 처벌 규정을 적극 의율해 처벌하고 있다.

특히 10대 피의자의 경우 소년법에 따라 '범죄소년'(죄를 범한 14세 이상 19세 미만), '촉법소년'(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각각 나눠 엄중 처벌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모방범죄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경찰의 계획과 달리 해외 서버를 경유해 온라인에 글을 작성한 이들의 검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경기 성남시 야탑역 살인 예고 글 작성 용의자를 51일째, 경기 부천시 부천역 살인 예고 글 작성 용의자를 18일째 추적하고 있다.

또 야탑역·부천역을 비롯한 흉악 범죄 예고 글 작성자가 검거돼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이들에게 선고되는 형량은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협박죄 처벌 규정이 없어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불특정 다수를 불안에 빠뜨리는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독일, 미국 연방, 오스트리아, 스위스, 노르웨이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범죄를 예고해 다수의 사람을 위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명문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말 불특정 다수를 한 위협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흉악 범죄 예고 글이 낳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등 관련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지금껏 없던 범죄 유형이 나타나고 그에 따라 시민들은 새로운 위협을 맞닥뜨리게 된다"며 "일반 대중을 상대로 테러 위협을 가하는 흉악 범죄 예고 글 작성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반영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