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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고의 발효음식 ‘김치’, 맛있는 김치의 첫걸음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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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1. 18. 18:10

농진청
박정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이맘때면 집마다 김장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시대와 함께 모습은 변했지만 여전히 김장은 먹거리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사시사철을 보내야만 얻을 수 있는 갖가지 재료에는 자연과의 공존이 녹아 있다.

또한 재료가 어우러져 발효되는 데에는 조상의 지혜가 숨어 있다.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지 올해로 11년째이다. 매년 11월 22일은 김장 문화를 계승하고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된 김치의 날이다.

김치를 담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배추 품질이다. 우리나라 배추 재배 역사는 오래됐지만 배추 품종 개발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품종 연구는 1950년대 후반 세계적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의 귀국과 함께 시작됐다. 우 박사는 배추를 식량 종자 리스트에 포함헸고, 1960년대 '원예1호'와 '원예2호'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배추 품종을 개발했다. 속잎이 겹겹이 차오르는 결구 형태를 띠는 이들 배추는 국내 배추 품종 개발의 시발점이 됐다.
농촌진흥청은 배추 품종뿐 아니라, 김장 채소 수급 안정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매진해 왔다. 1980년대에는 이산화탄소 처리를 통한 배추 종자 증식 기술을 도입해 품종 개발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했다.

2000년대는 꽃가루 세포(소포자) 배양 기술을 도입해 배추 육종 속도를 한층 높였다. 덕분에 병에 강한 품종, 특히 뿌리혹병에 잘 견딜 수 있는 품종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여름철 고온에 잘 견디는 품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고온에 견디는 능력, 가뭄에 견디는 능력을 지닌 배추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육성을 추진하는 과제이다.

올여름 선보인 '하라듀'는 고온 조건에서도 속잎이 잘 차는 특성이 있다. '순정아삭이' 배추는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우수하다. 연구진은 여름 배추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고랭지 지역에서 배추를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기술도 실증하고 있다.

준고랭지 배추의 새로운 재배 양식은 고랭지보다 온도가 1~2도 높은 해발 400~600m에서 기존보다 이른 시기 여름 배추를 재배해 9월 상·중순 출하하는 것이다. 온도가 더 높은 준고랭지의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온을 4~6도 감소시키는 저온성 필름과 기온을 최대 4.8도까지 낮춰주는 미세살수와 같은 환경조절기술을 적용했다.

이 결과 여름 배추를 기존보다 16일 조기 출하하여 가격이 좋은 추석 전후 공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배추는 날씨와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다. 심화하는 기후변화는 여름 배추뿐 아니라, 가을 배추 수급 불안, 김장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고품질 배추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와 저장 기술을 종합적으로 보급하는 데 힘쓰도록 하겠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일, 식량 안보를 든든히 하는 연구에 국민의 관심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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