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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유통피아]트럼프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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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기자

승인 : 2024. 12. 02. 18:00

여야가 한마음으로 관세 대응해도 모자랄때 밥그릇 싸움만
최악의 경제위기, 정치권의 각성 없이는 민생 파탄 뻔해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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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중견·중소기업부 부장
2024년 12월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바로 '트럼프 포비아'라는 유령이...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난리가 났다. 정치권, 기업들 전부 비상이다. 그가 하는 말과 몸짓 하나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공포의 핵심은 관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9개국에 대해 "달러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그는 당선되자마자 마약유입과 불법이민을 문제 삼아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라이벌로 떠오른 중국에도 10% 추가관세를 물리겠다고 당연스럽게 선언했다. 동맹과 비동맹 등을 가리지 않는 폭탄 선언...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우리나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더군다나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그런 미국이 수입 관세를 높인다?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확 깎인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그리고 수출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자동차, 가전, 화장품 등의 제품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차지할 것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 불안과 절망이다. 1기 집권 때보다 강력하고 암울하다.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이 유령은 낮은 경제성장률과 맞물려 한국을 '시계(視界)제로'의 상태로 만들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내년과 내후년 경제성장률을 2% 미만인 1.9%, 1.8%로 제시했다. 10월 국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소비), 설비투자는 각각 0.3%, 0.4%,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리플 감소'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석유파동, IMF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던 기업들도 공포에 떨고 있다. 진작부터 살길 찾기에 나섰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중이다.

실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임직원 300인 이상인 한국 대기업의 61%가 내년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체 기업의 절반 가까이(49.7%)도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답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까지 살림살이를 아끼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경제가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고용의 대다수를 책임지는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그런 중소기업과 공생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미 최악의 상태로 진입했다.

온 나라가 트럼프 때문에 난리지만 더 무서운 건 따로 있다. 야당은 단독으로 예산안 감액이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정부를 협박한 바 있다. 거대 야당만이 할 수 있는 무자비함이다.

여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해야 할 만큼 무기력하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정권 출범 이후 이들은 지금껏 달라진 게 없다.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 슬로건이다.

그렇다. 문제는 경제다. 살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생존에는 관심이 없다. 트럼프 포비아가 우리나라를 덮어도, 열강들의 자국우선주의 때문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암운이 드리워도 정치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최악의 출산율과 고용률. 앞으로 대한민국은 유령이 떠도는 나라가 아니라, 아예 유령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극심한 저성장, 쓰러지는 기업들, 선진국들의 패권 과시 등 위기는 이제 뉴노멀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똘똘 뭉치지 않고 되도 않는 주도권 싸움만 하고 있는 정치인들...트럼프보다 무서운 존재들이다.
최성록의-유통pia (1)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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