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 조사 안 받았는데 '속도전'
법조계 "방어권 보장 충분히 해줘야"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경쟁적인 내란죄 수사에 앞서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변호인단 구성 등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탄핵심판의 경우 국정공백 최소화 측면에서 지체돼 선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내란죄의 경우 사안이 엄중하고 윤 대통령의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이 법조계에선 극명하게 갈리는 중이다. 때문에 헌재 탄핵 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에 충분한 방어권 및 반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정치 공세에 떠밀리는 듯 한 탄핵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매일 브리핑을 열면서 대통령을 압박하는 형국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는 마음을 먹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탄핵이나 수사 관련 서류를 받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해 '지연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자신을 내란 수괴로 결론 내리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에 동조하라는 이야기밖에는 안 된다"면서 "탄핵심판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나 비상계엄 선포나 해제 과정이나 절차에 위헌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차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심판이 형사·민사 재판의 틀을 따르면서도 답변 일정을 일주일로 제한하는 등 방어권 보장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진녕 변호사는 "민사 소송의 경우 보통 소장이 오면 그에 대한 답변서 제출 기한이 한 30일 정도 준다. 그런데 지금 헌법재판에서 탄핵 절차에 있어 답변서 제출 기한을 일주일로 굉장히 짧게 해 놨다"면서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어쨌든 비상사태를 탄핵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 맞지만 방어권 보장도 충분히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자칫 헌재가 여론에 떠밀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같은 최악의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때는 윤 대통령과 달리 수사와 관련자들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검찰 공소장 등을 토대로 탄핵심리가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사실상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은 대부분 검찰 공소장 내용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아직 출석 조사도 받지 않아 그러한 공소장도 없지 않나.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