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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새로운 의협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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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01. 17. 16:45

의대생, 전공의 2년째 개인시간 희생
의료계 폐쇄적 분위기에 복귀 눈치
의협, 정부·의료계 목소리 경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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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획취재부 기자
지난해 2월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지 꼬박 1년이 지났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청년의료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전면에 걸고 새 집행부를 꾸렸지만 의정대화는 물론이고 학생과 전공의들 입장조차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전날 김택우 의협 회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마스터 플랜'이 먼저다. 결자해지하라"며 책임을 정부에 넘겼습니다. 의협은 늘 정부의 의료개혁을 두고 '의료계 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해왔습니다. 의료계 사정을 모르는 정부가 아무런 대화 없이 이들이 만족할 만한 마스터 플랜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의대생과 전공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는 알겠습니다만 과연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대의'를 위해 개인의 1년을 더 희생하고 싶을까요? 대부분의 집단이 그렇듯 의협 역시 의료계 기득권층이 지배적 여론을 형성하며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들만이 학생,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님에도 소수의견은 묵살하고 있습니다.

신임 부회장으로 임명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의대생 복학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를 했습니다. 선후배간 1대 1 도제식으로 교육하는 폐쇄적 분위기에서 힘 있는 선배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니 복학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일 겁니다.

휴학한 의대생을 자녀로 둔 취재원과 통화를 했습니다. 자녀도 휴학을 더 이어가는 것은 두렵다며 선배, 동기들 눈치를 살피면서 복학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복학 가이드라인 파일'이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다고 합니다.

의협이 우아하게 '목마른 놈이 우물 팔 때까지 기다린다'는 전략으로 버티고 앉아있는 동안 어린 학생들의 귀중한 시간과 국민들의 피 같은 재정은 계속해서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유화책과 거듭되는 사과에도 의대증원 백지화 외에는 어떠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여전히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본래 목표는 의대교육, 의료개혁 정상화를 위한 대정부 시위였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생명을 담보로 한 갑질로 변질되면서 민심도 싸늘하게 돌아서고 있습니다.

의협이 큰소리를 내며 배짱을 부리는 동안 엉망이 된 현장 뒷수습은 남은 의사들이 뼈를 깎아가며 하고 있습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소속 없이 2년째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협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뒷짐지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에 참여해야 합니다. 원하는 바가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올바른 의료개혁 방안 제시라면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젊은 의료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으니 휴학, 사직한 이들의 자율성을 더 이상 침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안되겠습니다. 잊지 않았다면 국민들의 생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랍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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