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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종을 진정한 행정의 중심으로 만드는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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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6. 05:00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1. 최동석 처장님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정부과천종합청사를 지난 관악산 자락에는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구역이 있다. 공무원 채용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국가고시센터'라는 곳이다. 이곳은 폐쇄적 공간인 만큼 특이한 건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성곽처럼 사방이 쌓여 있고, 하나뿐인 입구로 들어서면 그 안쪽에 널찍한 중정이 나온다. 이 중정 한켠에 휘호석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대한민국 공무원(大韓民國 公務員)의 역사(歷史)는 여기에서 시작(始作)된다". 유능한 정부는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채용담당자들의 자부심을 담아낸 문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앙부처 대부분이 세종으로 이전한 현시점에는 이 문구의 의미가 다소 약화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행정의 중심축이 세종으로 옮겨갔음에도 그 업무를 수행할 사람을 뽑는 기능은 과천에 그대로 남아 물리적 단절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무원 채용 전반적 과정이 대부분 과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작 선발된 공무원들은 부처에 배치되기 전까지 세종에 올 일이 없는 구조다. 인재 선발의 현장이 본진(本陣)과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과연 세종을 진정한 행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간 정부는 세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수의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이 수도권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고, 이재명 정부는 세종을 진정한 의미의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국회 분원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계획대로면 향후 몇 년 이내에 시민들이 세종시에서 일하는 대통령을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이제는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정부의 핵심 기능을 어떻게 재배치하고 고도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 청사에서 근무할 인재를 선발하는 채용 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인사혁신처는 총무처의 후신으로 정부수립 이래 각종 고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채용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심지어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조차도 2000년까지 총무처(1998년 이후 행정자치부로 개편)가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그간 수도권의 협소한 부지와 각종 규제에 묶여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 위주의 제한적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인사처의 전문성을 확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전문가가 실시한 채용은 때로는 채용 비리 문제를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사처는 세종에 그간 축적한 전문성을 집약한 '국가채용센터'를 건립하고자 한다. 세종 국가채용센터는 단순히 과천의 시설을 옮겨오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출제·채점 기능을 넘어 각각의 장소에 흩어져 있던 면접과 역량평가 기능을 통합하고, 대한민국 모든 공공부문의 채용을 지원하는 '인재 선발의 허브'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국가채용센터 건립을 통한 기대효과는 명확하다. 시험문제의 출제부터 면접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시스템을 통해 채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인사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정직과 지방공무원, 나아가 공공기관 채용까지 지원함으로써 공공부문 채용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채용 절차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한편, 우수 인재 선발이 가능하도록 정부 전체의 역량 강화에 일조할 것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역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문구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채용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일을 넘어 모든 국가행정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분산된 채용 기능을 한데 모아 인재 선발과 운용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세종은 명실상부한 행정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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