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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메네이 제거 이후 신정체제의 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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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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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제3차 핵협의 도중에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에 대한 동시타격을 가하여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하메네이의 37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하메네이는 1979년 팔레비 왕조를 엎어버리고 신권정치를 위해 약 20만 명 규모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를 창설했다. 이 조직은 단순한 군이 아니라 이란의 정규군과 분리된 엘리트 군사 조직으로 경제·정보·정치 권력을 포괄하는 '국가 내 국가'였다. 따라서 혁명수비대의 약화는 곧 신정체제의 약화를 의미한다.

◇ 기만과 기습: 전략적 교란의 전형

이번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전통적 화력 우위가 아니라 '심리전과 기만'의 교과서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전까지 협상 지속 의지를 시사하면서도 동시에 군사적 압박을 노출하는 이중 메시지를 구사했다. 겉으로는 "협상에 시간을 주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항모와 전투기의 중동 집결을 공개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상대의 판단을 혼란시키는 전형적 전략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이다.

외교적 공간을 남겨두는 듯한 발언은 이란 지도부로 하여금 '즉각적 타격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도록 만들었고, 바로 그 틈을 파고든 전격 타격은 국가 통수부와 핵·미사일 핵심 인프라를 동시에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협상과 군사행동을 병행하는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가 최종적으로 군사 옵션으로 전환된 것이다.

전쟁사(戰爭史)적으로 보면 이는 공개된 의지를 통해 상대를 안심시키는 '양모(陽謀)'의 전형에 가깝다. 의도를 완전히 숨기는 음모가 아니라, 오히려 일정 부분 의도를 드러내되 그것이 곧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만약 지도부 제거와 핵시설 동시 타격이 사실이라면,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수행한 심리적 교란 작전 가운데서도 손꼽힐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다만 전략적 기만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전략적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도부 제거는 단기적 충격을 주지만, 체제의 응집력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은 역사적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하메네이 사망의 의미: 체제 전환인가, 권력 재편인가

37년간 이란을 통치해 온 최고지도자의 사망은, 단순한 지도자 교체가 아니라 신정체제의 구조적 시험대가 된다. 이란의 권력은 최고지도자, 성직자 네트워크, 그리고 혁명수비대라는 삼각 구조 위에 서 있다.

하메네이 체제는 강경한 반미·반이스라엘 노선을 통해 내부 결속을 유지해 왔다. 동시에 시위진압과 강압 통치를 통해 권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제거가 곧바로 신정체제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낙관일 수 있다. 오히려 혁명수비대가 전면에 나서 군사적 통치 색채를 강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체제는 약화가 아니라 '군사화'의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40일 애도 기간과 비상체제 전환은 후계 구도 정비를 위한 시간 벌기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후계자가 성직자 권위를 계승하느냐, 아니면 혁명수비대의 후견 아래 제한적 통치를 수행하느냐에 있다. 전자의 경우 점진적 안정, 후자의 경우 내부 권력투쟁과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다. 내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지만, 이란은 강력한 보안 기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붕괴로 치닫는 시나리오는 신중히 봐야 한다.

◇ 신정체제의 향배와 중동 질서 재편

이란 체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중동 질서는 네 가지 축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의 약화 여부다.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해 온 것은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영향력을 확장하는 대리전 전략이었다. 만약 지원이 축소된다면 지역 분쟁의 강도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지도부 제거에 대한 보복 심리가 작동할 경우, 단기적 대리전 확대 가능성도 존재한다.

둘째, 사우디와의 패권 경쟁 구도다. 이란이 세속적·실용적 방향으로 전환한다면 수니-시아 대립은 완화될 수 있다. 이는 아브라함 협정 확대와 새로운 경제·안보 블록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체제가 강경화될 경우, 종교적 대립은 오히려 격화될 수 있다.

셋째, 에너지 안보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세계 경제에 직결된다. 체제 변화와 제재 완화가 이루어진다면 원유 생산 정상화와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반대로 불안정이 지속된다면 유가 급등과 공급망 충격은 불가피하다. 국내 유가는 이미 충격파로 인하여 급등했다.

넷째, 미·중·러 전략 구도다. 이란은 러시아·중국과 연대해 반서방 축의 일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체제 변화는 이 연대를 약화시키고 미국의 중동 영향력을 재강화할 수 있다. 특히 핵 합의(2015년 체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재협상 가능성은 중동 핵확산 방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군사적 성공 여부를 넘어, 이란 체제의 진화 방향에 따라 중동 질서 전체가 재편될 수 있는 변곡점이다. 지도자 제거가 곧 체제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균열은 분명히 시작되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균열이 체제 개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욱 강경한 기존 체제로 이어질지 여부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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