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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하루 앞둔 2월 28일, 중동의 하늘을 가른 미사일 궤적은 글로벌 지정학의 단층선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겨냥해 대대적인 폭격을 단행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조되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이제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을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실물 경제의 위기로 비화했다. 세계 경제의 혈맥이 요동치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전례 없는 초불확실성의 시국에, 전 세계의 이목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고요하면서도 무거운 기류가 흐르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쏠리고 있다. 3월 4일, 중국 최대의 정치·경제 행사인 '양회(兩會)'가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양회란 최고 국가권력기관이자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전인대)'와 최고 국정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國人民政治協商會議·정협)'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거대한 회의를 통해 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국가 예산, 굵직한 산업 정책의 청사진이 모두 확정된다. 겉보기에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기국회와 유사해 보이지만, 일당 체제인 중국에서의 양회는 당(黨)이 지난 1년간 심사숙고하여 기획한 국정 운영의 궤도를 14억 인민과 전 세계를 향해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매우 정치색 짙은 '의식'에 가깝다. 더욱이 요동치는 작금의 국제 정세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양회는, 단순한 단기 부양책 발표장을 넘어 글로벌 위기 속에서 거시 경제를 방어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거대한 기획이 작동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매년 양회가 다가오면 글로벌 금융 시장과 서방의 분석가들은 으레 리창(李强) 총리의 입에서 나올 '5% 안팎'의 성장률 숫자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베이징이 얼마나 천문학적인 부양책을 쏟아낼 것인지 등 표면적인 경제 지표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중국 지도부에게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경제 성장'이다. 하지만 경제 지표에만 집착하여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거시적인 기획과 통제 방식을 간과하는 것은 일면적이고 위험한 접근이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공개 석상에서 끊임없이 "최악의 극한 상황(極限情況)을 상정하고 마지노선 사고(底線思維)를 굳건히 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미·중 간의 첨예한 기술 패권 경쟁이나 글로벌 갈등 등 외부 충격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구조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즉, 현재 중국은 무리한 팽창보다 '완벽한 산업 통제와 경제적 자립'이라는 정치·경제적 포석을 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엄격한 정치는 결국 경제와 산업 육성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돌리기 위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포석은 성장의 '속도'보다 체제의 '안전'을 틀어쥐는 중앙집권적 경제 통제다. 그 구체적인 청사진은 이미 작년 10월에 개최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四中全會·4중전회)'에서 확정된 바 있다. 당시 공산당은 향후 5년의 중장기 경제 방향을 담은 '제15차 5개년 규획(第十五個五年規劃·15.5 규획)'을 논의하며, 과거의 부동산과 인프라 중심의 부채 주도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최근 전격적으로 단행된 중국군 고위급 인사 교체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기강을 다지고 당 중앙의 통제력을 한층 강화해 경제 안정을 꾀하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따라서 이번 양회에서 발표될 '5% 내외'의 성장률 목표치는 맹목적인 고도성장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중산층 붕괴를 막고 청년 고용을 유지해 거시 경제의 하방 압력을 방어하려는 현실적인 마지노선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두 번째 포석은 미국의 노골적인 첨단 산업 포위망에 맞서기 위한 '공급망의 완벽한 내재화' 전략이다. 이번 정부업무보고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강조될 슬로건은 단연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 될 것이다. 이는 2023년 말 시 주석이 처음 주창한 이후 3중전회와 4중전회를 거치며 국가 핵심 산업 전략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개념이다. 신질생산력의 본질은 전통적 성장 방식을 폐기하고, 우주항공, 인공지능, 배터리, 첨단 로봇, 핵심 광물 등 미래 기술 혁신을 통해 외부의 제재를 이겨내는 '고수준 과학기술 자립자강(自立自强)'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데 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는 중국 지도부가 주창해 온 독자적 산업 생태계 구축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신들이 주도하는 거대한 첨단 제조 생태계를 완성함으로써, 지정학적 파고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경제적 방어막을 두르겠다는 선언이다.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동국대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