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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해 사실을 뉴스로”…‘피해자·유족 배제’ 수사관행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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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3. 04. 18:20

모텔 살인 피해 유족, 경찰 수사 소외 규탄
"타살인지도 뉴스 통해 알아"
관행적으로 피해자 정보권 고려 안 해
"과거에 머무르는 수사 태도, 바로잡아야"
수유동 모텔 변사사건 피의자 영장심사 출석<YONHAP NO-4257>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이 연쇄 살인범에 의해 희생됐어도 이를 검찰 송치 전까지 알 수 없다. 피해자가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뉴스 기사를 먼저 접한 이들보다 뒤늦게 알게 된 유족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서울 강북구에서 벌어진 '모텔 연쇄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 측도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최초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관행적으로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와 그 유족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와 유족의 알권리와 참여권을 위해 수사 단계에서 정보 제공 의무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의 두 번째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법률사무소 빈센트)는 지난 3일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며 "형사 절차에서는 피해자와 유족들이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 변호사는 가족의 피살 사건을 경찰이 아닌 언론을 통해 알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규탄했다. 그는 "경찰이 곧 뉴스 기사가 뜰 수도 있다는 말만 전달했다"며 "형사 피해자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함에도 형사 절차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형사소송법과 범죄피해자 보호법에서는 수사 진행 상황의 통지에 관해서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의 정보권은 재판 단계에서만 보장돼 있다. 지난해 12월 피해자의 열람·등사 권한을 증거보전 서류와 기소 후 증거기록까지 넓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수사 단계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경찰청은 2010년부터 피해자에게 수사 진행사항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해 알릴 것을 의무화했지만, 이는 경찰 내부 훈령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피해자 외에 유족 등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관행적으로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10월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강압 수사로 숨진 양평군청 공무원의 유서 원본을 수사 과정에서 유족에게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게다가 유족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부검을 강행했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인 만큼, 정확한 사인 규명이 법적으로 우선이라는 이유다.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와 유족의 권리가 후순위로 밀리는 실정이다.

피해자와 유족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경찰 수사 단계부터 피해자와 유족의 참여권 보장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를 단지 증거 방법으로서의 객체로 두는 것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수사 방향과 태도"라며 "굳이 먼저 알리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관행화됐기 때문에 이를 제도로써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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