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10명 중 8명 이상 '노후준비'
N잡러 청년들, 삶의 불균형·AI시대 '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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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시가 시민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서울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87%가 노후 생활자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청년층의 조기 노후 준비다. 20대는 3명 중 2명꼴인 67.4%가 이미 노후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었다. 10대에서도 19.1%, 약 5명 중 1명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서는 대부분이 노후 준비 중이었다. 사회의 '허리세대'라고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는 각각 98.3%, 50대 역시 97.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대들이 벌써부터 노후 준비를 하는 것에 대해 단순한 개인 의식 변화로 보지 않았다. 1인 가구 증가와 삶의 불균형, 노동 위기 등으로 인한 불안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해체로 개인이 스스로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데다, 노후 불안을 자극하는 미디어 콘텐츠와 금융상품 광고가 늘면서 10대와 20대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돌봄은 돈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에 맞는 서비스가 연결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서베이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생활 불균형에 대한 응답이 전보다 늘어났다. '삶보다 일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년 33.8%에서 43.4%로 급증했다. '일과 여가생활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응답은 37.8%에서 29.9%로 줄었다. 여가생활에 불만족한 이유로는 '시간이 부족하다'(39.2%)가 가장 많았다. 30~40대와 화이트칼라 직군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AI 활용도 일상화되는 추세였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로봇이 일상에서 사용되면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노동 위기를 느낀 응답자가 74.2%로 가장 높았다. 'AI/로봇기술의 혜택은 불평등하게 나타날 것이다'라는 응답도 72.6%였다.
이은중 서정대 사회복지과 겸임교수는 "AI 확산과 정년 연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노동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청년 세대의 노후 불안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며 "평생직장보다 N잡러가 익숙한 청년들에게 노후 준비는 이미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후를 준비하는 이들의 노후 자금 마련 방법으로는 국민·공무원·군인연금이 71.4%로 가장 많았고, 은행 저축(56.2%), 보험(40.5%), 개인연금(22.8%)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7.9%)나 주택 규모 축소를 통한 수익 활용(3.2%)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안정적인 공적 연금과 저축 중심의 준비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노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응답도 주목할 만하다. 건강이 유지될 경우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43.3%)를 원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건강이 나빠지더라도 요양시설보다 '지금 집'(30.9%)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로는 주거 환경 개선(65.6%), 일상생활 지원(66.4%), 안전 지원(62.4%)이 꼽혔으며,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에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68.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주4.5일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4.5%로 절반을 넘었다.
강옥현 시 디지털도시국장은 "서울서베이는 시민의 삶과 인식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지표"라며 "노동·디지털·초고령사회 등 구조적 변화에 대한 시민의 생각을 확인하고 이를 정책 설계에 적극 반영해 시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시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